요즘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10대 시절부터 내가 이분법적인 세계관, 흑백 논리의 편협함이 영혼 깊숙히 퍼져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생각 뿐이었던 삶이 지금 나에게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나가던 십수년 전의 나는 우울했다. 그 때, 나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고독감을 느꼈다. 스스로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은 온통 더러운 젤리로 가득 메워져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빨아들이는 공기는 맛없는 콜로이드 입자로 인간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산소가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꿈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감각이 별로 느껴지지 않으며 조금 피곤하고 졸릴 뿐이었다.
지금, 매주 월요일 아침 서울행 KTX에서 나는 비슷한 감각을 느낀다. 종종 햄버거의 찌든 패티 냄새가 나의 몽상을 깨우고 승객이 모두 내린 텅빈 기차 안에서 정신이 들면 종종, 나는 정말 세상에 오직 나 혼자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예전처럼 배터리가 다 되어 불빛이 희미해진 랜턴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기분은 나의 잠을 깨우는 '각성제'였다. 예전에는 오직 머리만 깨어있고 싶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일어나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앉아 있는 것도 싫었다. 온 몸의 근육이 단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그런 순간이 닥칠 때 마다 머리와 육신의 잇고 있는 소통의 통로를 끊어버린다. 늦은 밤, 전력 질주를 하는 나의 거친 숨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보통 느꼈던 가슴의 통증은 머리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세상을 어둡게 덮어버리는 눈꺼풀을 붙들 수는 없지만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근육의 저항을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
나는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 나는 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잠에 든다. 대전에 있는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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